프로덕트 오너


Product Owner

프로덕트 오너 - 김성한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구나! (p.7)

프롤로그부터 머리를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우버는 고객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유저가 차량을 조금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차 색상이 서비스에 나타난다. 이미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하였는데, 이미 우버는 그 경험을 유저에게 제공했다. 몰랐다면 아무 생각하지 않았을 UX에 카카오T에서 택시의 위치에 그저 광고 아이콘이 뜨는 한국의 서비스가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잘 고려된 UX는 유저에게 불편 해소가 아닌 감동을 준다. 책 페이지를 넘긴지 몇 장 되었다고 이미 나는 이 책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증명된 경험과 그의 Tip

이 책의 저자인 김성한은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린 공인된 ‘일잘러’이다. 이 책은 그의 PO로서의 경험과 그에 따른 인사이트들을 보여주며 PO로서 꼭 고려해야할 점들을 정리하여 챕터 마지막에 Tip으로 정리해준다. 저자가 정리해 놓은 내용을 읽고 있자면 그의 심도 깊은 프로덕트에 대한 고찰과 그것을 통한 인사이트들을 보며 얼마나 그가 프로덕트에 진심인지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PO가 언짢아하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대표님이 시켰기 때문에 꼭 그때까지 해야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PO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박탈시키는 행위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 주어질 경우, 그 상황을 잘 설명하여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PO의 역할이다. (p.140)

이 대목에서 저자의 PO에 대한 프라이드도 느껴져서 그가 하는 말들이 모두 진중하고 무게감있게 다가왔다. 책을 통해 어쩌면 조금은 내가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는 반성과 앞으로 프로덕트에 대한 태도의 방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밀크 셰이크 이야기 (p.42)

저자는 밀크 셰이크 이야기를 통해 시장 분석에 대해 한번 더 경고한다.
과연 우리가 보고 있는 데이터는 제대로 된 데이터인지. 프로덕트 오너라면서 현장에 한번은 나가서 고객을 관찰은 해봤는지.
과연 밀크 셰이크의 경쟁 제품은 커피같은 다른 음료일까. 베이글 도넛 등의 요깃거리일까. 전자인지 후자인지에 따라 밀크 셰이크의 포지션은 완벽하게 다르고, 타겟 또한 극명하게 다르다.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경쟁사로 넷플릭스나 캔디크러쉬를 삼는 듯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누구나 고려할 수 있는 경쟁사가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짜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면서 예전 마케팅을 공부할 때 나이키가 자신의 경쟁 상대는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다. 마치 이 책의 프롤로그마냥.
그렇다면 밀크 셰이크 이야기의 정답은 무엇일까.
식사 대용의 포지션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좋을까. 단순한 음료로서의 포지셔닝이 좋을까.
비즈니스적인 이득으로 따져 보아야 할까. 고객 만족으로 따져 보아야할까. PO는 과연 어떤 지향점을 정하고 프로덕트를 설계해야 정답일까.

이 챕터에서 한참을 고민했지만 내 얕은 지식으로는 뭐가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PO의 자질

PO라면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덕트에 대한 원칙을 반드시 정하길 바란다. (p.60)

책에서 이 대목이 있는 챕터는 데이터 정제에 대한 예시를 들며 이 말을 하였지만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보았다. PO라면 원칙을 정해 우선순위를 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은 어떤 원칙에 의거해 고려되어야 할 중요도가 높을 것이며, 어떤 부분은 또 고려 사항에서 제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PO가 거쳐야 하는 주요 과정을 이해하고, 각 직무별로 다른 이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계획하는 것이다. (p.199)

이 대목에서 또한 저자가 말하고 싶은 PO는 그저 서비스 기획자에 그치지 않고 이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자본이라는 자원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자원도 최소 인풋을 통해 최대 아웃풋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PO라는 작은 CEO들이 하고 있는 사업이 모여서 기업이 이루어지는 이 체계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앞으로의 기업들이 나아가야하는 방향이라고 생각이 든다.

PO로서의 내 모습

부끄럽지만 내가 예전 창업을 했을 당시 PM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프로덕트를 매니징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 PO라는 개념은 많이 생소했을 적이다.) 내가 매니징한 프로덕트였고 내 제품이라는 생각에 나름 애착도 있는 제품이었다. 교육 회사에서 일할 때 만든 코딩 교구였고, 나름 매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서 자랑스러운 적도 있었다. 고객의 피드백이 좋으면 좋은대로 기가 살았고, 나쁘면 같이 속상해하며 디벨롭을 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때의 나는 어떘었는지를 비교하는 시간이 되어볼 수 있었다.

신규 프로덕트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것을 선호하는 PO도 있다. 백지 상태에서 개발 조직과 함께 하나의 프로덕트를 고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덕트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데 투입되는 경우가 더 많다. (p.212)

저자의 말과는 다르게 우연찮게도 나는 스타트업계에서 후자보다 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신규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작업이 많았고, 만약 내가 다시 PO로서 일을 해볼 기회가 생긴다면 기존의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무런 프로세스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은 경험해 봤고 충분히 힘들었기에 기존의 잘 유지되던 프로덕트를 보다 나은 유저경험을 위해 디벨롭하는 작업도 한번 경험 해 보고 싶다.

PO는 늘 다른 팀원보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있어야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궁금해하기도 전에 최대한 미리 정의를 다 해놓고 제공하는 것이 최적화 된 협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p.142)

이 대목은 상당히 나를 뿌듯하게 했었다. 내가 일할 때 내가 생각했던 마인드 셋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기에 그래도 헛일하진 않았구나 하며 날 다독여주는 페이지였다. 사실 어린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해서 프로덕트를 매니징한다는 자체가 웃겼을 수 있다. 어깨너머로 주워듣고 보고한 얕은 지식으로 어떻게든 내 제품을 통해 유저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서비스 기획 방법론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은 하나도 모르면서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했던 과정들을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부분은 잘했구나 어떤 부분은 이렇게 했어야 했구나를 회상할 수 있었다.

A/B 테스트 결과가 늘 예상했던 것처럼 나올 수는 없다.
사실을 재빨리 인지하고,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한 후, 그 다음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 PO의 미덕이다. (p.185)

이 부분은 내가 제일 못했던, 그치만 제일 잘 했어야 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어서 스크랩했다. 내가 잘못된 가설을 세웠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실패를 인정하기에 그 동안의 투입된 자원과 시간을 놓을 수 없었고, 그러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사실 지금이라고 해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같긴 하다. 어찌되었건 지나간 일이고 나름 옛날 생각도 하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 순간이 선택의 기로

만약 두가지 고객이 있다면 어떤 고객을 선택할 것인가요? 나는 항상 이 질문이 너무 어려웠다.
뮤지션을 위한 플랫폼 사업을 할 때도 콘텐츠를 올려주는 뮤지션이라는 유저을 고려할 것인지, 콘텐츠를 소비해 주는 리스너라는 유저를 고려할 것인지.
교육 사업을 할 때도 제품을 소비해주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을 고려할 것인지, 제품을 사용해주는 실유저인 학생들을 고려할 것인지.
매번 내겐 난제였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밀크 쉐이크 이야기의 정답 또한 나는 이번에도 찾지 못하였다.
코드처럼 틀렸으면 에러가 나는 것도 아니라서 정답이라는 게 있는 분야이긴 한지 잘 모르겠다.

Mini Challenge 3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에서 바로 배운 것을 써먹어 볼 수 있다는 점에 가장 좋았다. 얼른 프로덕트를 만들어보러 가고 싶었고, 이번 챌린지에서 많이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에 가득찰 수 있었다. 최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경험 해 본 것 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내게 괜한 뽐뿌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ㅋㅋㅋ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누가 보기엔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많은 나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가 보기엔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이런저런 고민과 경험들은 인생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추천해 주어서 오랜만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을 선물해 준 데이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만 줄여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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